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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마이라이프/영화드라마리뷰

경도를 기다리며, 기다리게 되는 시간

by Lookus 2025.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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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경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본다기보다는 그 드라마의 시간 안에 잠시 머무는 느낌에 가깝다. 현재 5회까지 봤는데, 이 작품은 뭔가를 빨리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가만히 기다리게 한다. 인물의 말보다 표정이 먼저 오고, 사건보다 감정이 먼저 스며든다. 그래서 화면을 보고 있어도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남녀 주연 배우의 연기는 정말 좋다. 너무 잘해서 눈에 띄는 연기가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서 잊히지 않는 연기다. 울부짖지 않아도 슬픔이 느껴지고, 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이미 사랑하고 있다는 게 보인다. 특히 말이 없는 장면들에서 감정이 더 선명해진다. 그 잠깐의 침묵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마치 내가 겪었던 어떤 순간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는 것처럼.

 

5회까지 보면서 가장 자주 들었던 생각은 이 드라마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거구나였다. 크고 분명한 감정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다루는 방식이 그렇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 말하지 않아서 더 커져버린 감정, 기다림이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이 드라마 안에 있다.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숨을 조금 천천히 쉬게 된다.

 

이 드라마는 위로를 직접 건네지 않는다. 대신 “괜찮다”라고 말해주지도 않는다. 그저 같은 자리에 앉아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편하다. 억지로 감정을 끌어올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두는 태도가 좋다. 음악도, 화면도, 대사도 모두 조용한데 이상하게 마음은 꽉 찬다. 하루를 다 쓰고 남은 감정을 살짝 내려놓기 좋은 드라마다.

 

아직 5회라 모든 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가든 끝까지 보고 싶다. 급하게 결론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냥 이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는 걸 옆에서 조용히 보고 싶다. 아마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어떤 장면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확히 왜인지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 마음 한쪽에 남아 있을 그런 장면 말이다.

 

 

 

 

경도를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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